시민권·영주권 이민자들
“피난처도시 반대”

0
648

미국 체류신분이 시민권자 또는 영주권자인 휴스턴 한인동포들 중에는 “이민서류 보여달라”는 경찰의 요구가 자신들과 상관없는 일로 여기는 동포들도 있다. 시민권자인 A씨는 “휴스턴 경찰이 이민서류를 요구하면 시민권 카드를 보여주면 된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영주권자 B씨도 “불법체류자(불체자)들이 문제지, 영주권자는 문제될게 없다”고 말했다.
텍사스 정부가 휴스턴 경찰 등 지역 경찰이 불체자를 단속하도록 강제하는 소위 ‘반피난처도시’(Anti-Sanctuary Cities) 법을 9월1일부터 시행한다는 코메리카포스트의 보도에 일부 시민권자·영주권자 휴스턴 한인동포들은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동포들 ‘시쿤둥’
텍사스 주의회는 과속 등 교통법규를 위반한 운전자를 단속하는 경찰은 반드시 운전자의 체류신분을 확인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텍사스주지사가 이 법안에 서명하면서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반이민법이라는 평가를 받는 ‘반피난처도시’ 법이 9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경찰이 이 법을 수행하지 않으면 첫 적발 시 1,000달러의 벌금을 내야하고 이후 또 다시 적발됐을 때는 벌금이 2만5000달러까지 늘어난다. 경찰국장이나 셰리프 등 경찰 수장들은 A급 사범으로 기소될 수 있다.
휴스턴 한인동포사회에서 텍사스가 시행하는 반피난처도시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동포들이 있는가운데,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즈(NYT)는 지역 경찰이 불체자를 단속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피난처도시법’(Sanctuary Cities)을 바라보는 미국 내 이민자사회의 속내가 복잡하다고 지적했다.
NYT는 지난 8일(월)자 인터넷기사에서 “생각지도 못한 적을 만난 메릴랜드 피난처도시법: 합법체류 이민자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피난처도시를 반대하는 이민자들의 반응을 전했다.

“불법은 불법···”
NYT는 중국 상하이에서 3가족 14명이 화장실 1개 밖에 없는 집에서 같이 살다가 미국으로 유학와 뉴욕, 유타, 그리고 버지니아에서 공부한 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다 현재는 특허전문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는 마(J. D. Ma·45세)는 피난처도시를 반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마는 지난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투표했지만, 불체자를 보호하는 정책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마는 피난처도시가 불체자 추방은 이산가족이라는 고통이 수반되기 때문에 위법인 불법입국을 용인해야 한다는 것으로 “싱글마더가 잘못을 저질러 감옥으로 보내야 하는데 이산가족이 되기 때문에 감옥에 보낼 수 없다”는 논리와 같다고 항변했다.
마는 어느 한 진보적 성향의 친구는 같은 이민자로서 청소하고 잔디 깎으며 열심히 사는 불체자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나무랐지만, 자신은 여전히 불법체류는 법을 어긴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갱단 불체자 두렵다”
히스패닉은 대부분 민주당의 피난처도시 법제정 노력을 환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엘살바도르 출신의 이민자인 살라저(Stanley Salazar·37세)는 그렇지 않다고 소개했다.
목수로 일하고 있는 살라저는 불체를 누군가의 집에 손님으로 온 것으로 비유했다. 자고난 침대를 정리하거나 접시닦는 것은 고사하고 술 취한 상대로 운전이나 하고 다닌다면 집주인 누구도 손님을 환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도 한때는 불체자 신분이었지만 영주권자인 어머니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영주권을 받게 됐다는 살라저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갱단이 활개를 치면서 지난 2015년 6월 이후 갱단과 관련한 살인사건이 16건 이상 발생했는데, 피해자 중에는 15살 소녀도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도 딸을 키우고 있다는 살라저는 또 불체자로 인해 공립학교 학생이 증가하자 재산세가 9%나 올랐다며 딸이 다니는 고등학교 학생의 40% 이상이 정부로부터 점심식사비를 지원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살라저는 이 같은 이유로 민주당 성향이 강한 지역에 살지만, 피난처도시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어떻게 영주권 땄는데···”
인도 출신의 이민자인 팔(Biplab Pal·43세)은 학교 때문에 이사 왔다며 피난처도시 이야기에 인도 이민자들은 영주권을 받지 못할까봐 부모가 사망해도 고향에 가지 못했을 몇 년의 고생 끝에 영주권을 받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영주권을 받기 위해 애를 때우고 있는데 불법으로 미국에 온 사람들을 보호하는 피난처도시 이야기에는 입맛을 잃는다고 말했다.
자신 역시 몇 달전에 가까스로 영주권을 받은 이민자로 민주당을 지지하고 이민자 각자는 고생한 이야기가 있다며 “불체자의 상황이 1,000배 이상 힘들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민자들은 자신의 고생이 더 커보이는 법”이라고 말했다.
유학생으로 통계학을 공부했던 자오(Hongling Zhou)도 불체자를 위해 피난처도시를 하면 더 많은 불체자가 들어와 학교는 콩나물시루가될 것을 걱정했다. 자오는 “내가 시민권을 따기 까지 얼마나 고생했는지 이야기하면 눈물만 나온다”고 말했다.

“당황하는 민주당 정치인들”
공화당보다는 민주당 지지자가 약 2배에 이르고 과학자와 엔지니어 등 고학력자가 많으며 지역주민 5명 가운데 1명이 이민 1세대인 하워드카운티에서 피난처도시 찬성은 확실한 득표라고 여겼던 정치인들이 이민자들이 반대하자 당황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정치인들이 보는 앞에서 진보적 성향의 미국인 이웃들과 격론을 벌인 이민1세들은 불체자를 보호하는 것은 시민권을 받기까지 고군분투했던 자신들의 과거의 노력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또 다른 이민자들은 자신들이 어렵게 성취한 아메리칸드림까지 위협하는 것으로 느낀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소개했다.
NYT는 피난처도시를 반대하는 이민자들의 이 같은 반응에 민주당 지지자들은 충격을 받았고, 피난처도시법안이 민주당 소속 의원의 수가 약 2배 많은 메릴랜드 주상원을 통과하지 못한 것도 이민자들이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양동욱 기자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