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상칼럼]
잔치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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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대 대통령 선거결과가 공식적으로 발표되기 몇 시간 앞두고 쓰는 칼럼이다.
지금쯤 어떤 이들은 승리의 기쁨으로 환호성을 지를 것이고, 다른 한편에선 통탄과 절망으로 말 그대로 땅이 꺼질 듯 한 한숨을 내쉬고 있을 것이다.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들뜬 기분으로 또 다른 어떤 이들은 주먹을 불끈 쥐며 ‘이제 두고 보자’는 식의 마음자세는 가급적 지양해야 한다.
정치는 단독 드리블이 아닌 패스의 묘미를 살려야 한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여소야대의 정국을 벗어날 수 없는 지금의 정치적 상황에서 적절한 패스란 바로 협치를 말한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국가도, 사회도, 그리고 개인도 모두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한국의 정치상황을 논평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지만 그래도 마음을 추스르고 한참을 고민하고 명상한 뒤 자세를 가다듬고 정좌한 뒤 이 글을 쓰고 있다.
이번 조기대선에서 투표에 참여한 한국의 국민들과 해외의 국민들 중에는 후보자들이 내건 각종 공약을 꼼꼼히 따져보고 후보들이 제시한 비전에 무게를 두고 투표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구태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는 또 다시 지역에 따라 후보의 지지도가 달랐다는 소식은 또 다시 구태가 반복된 것 같아 안타깝다.
이번 대선은 ‘일단 한번 바꿔보자’는 분위기가 선거판을 흔들었다. 여기에 언론사들은 얼씨구나 좋다는 식의 동조도 다분히 있었다. 한마디로 이번 대선은 ‘밴드웨건’ 효과도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선거는 전쟁이다. 전쟁에 무슨 법칙이나 예의범절이 있을까. 1등 이외에는 모두가 전멸이다. 후보자들이 앞 다퉈 내놓았던 그럴듯한 공약을 지키는 바보스러운 당선자는 지구촌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것이 선거다. 룰도 없고, 말도 되지 않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고 부수고…
어느 따스한 여름아침 해변 백사장에서 모래성 쌓기 놀이를 하던 중 소나기에 황급히 떠나는 자리가 선거판이다. 아니면 그만이라는 식의, 그리고 국민대통합을 운운하며 얼버무리는 것은 곤란하다.
경쟁에선 늘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신임 대통령이 열어갈 9일 이후의 길은 화려한 꽃길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국민과 국가를 위해 가장 절박하게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가장 솔직한 첫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대선에서 아쉽게 패배한 후보들 역시 자신을 끝까지 지지해준 국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정치인의 길을 가길 바라며, 소수의 선택도 소중한 한 표였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비록 자신이 선택한 후보가 당선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겸허히 결과에 받아들이는 자세로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지 않기를 바란다.
나도 역시 내가 염두에 둔 후보가 당선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결과에 대한 나의 생각은 여느 때와 달랐다. 평소의 생각을 나누던 친구들 가운데 절망하면서 열심히 응원하던 경기에서 패배한 선수의 열패감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이는 친구들도 있다. 허탈보다는 실망감이 더 크다고 말하는 친구도 있다. 평상심을 가지고 평소와 똑같이 이민생활을 하는 내가 오히려 어색할 지경이지만 금새 두 달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다.
지금까지 1번을 찍었든 2번을 찍었든 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이들이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 그것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운명체를 위한 번호가 매겨질 수 없는 ‘공감’을 무조건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이것이 국민의 의무가 아닐까.
선거운동 기간 안보와 경제위기, 헬조선을 외치던 젊은이들… 새로운 대통령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절망을 이야기하며 고개를 숙였던 대한민국에 새로운 용기와 희망의 바람을 불어 넣어주길 해외동포의 한사람으로 간절히 바란다.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은 내각이나 국회의원의 손을 먼저 잡을 것이 아니라 국민들과 함께하고 국가의 내일을 염려하며,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의 어깨를 다독거릴 수 있고, 그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할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 지금 필요하다.

휴스턴 이민문화연구소 최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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