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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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날 더러 / 청춘이 바람이냐고 묻거든 / 나, 그렇다고 말하리니 / 그 누가 날더러 / 인생도 구름이냐고 묻거든 / 나, 또한 그렀노라고 답하리라 / 왜냐고 묻거든 나, 또 말하리라 / 청춘도 한 번 왔다 가고 아니오며 / 인생 또한 한 번 가면 / 되돌아올 수 없으니 / 이 어찌 바람이라 / 구름이라 말하지 않으리오 / 오늘 내 몸에 안긴 겨울바람도 / 내일이면 또 다른 바람이 되어 / 오늘의 나를 외면하며 스쳐 가리니 / 지금 나의 머리 위에 / 무심히 떠가는 저 구름도 / 내일이면 또 다른 구름이 되어 / 무량세상 두둥실 떠가는 것을 / 잘난 청춘도 못난 청춘도 / 스쳐 가는 바람 앞에 머물지 못하며 / 못난 인생도 저 잘난 인생도 / 흘러가는 저 구름과 같을 진대 /
어느 날 세상 스쳐가다가 / 또 그 어느 날 홀연히 / 사라져 가는 생을 두고 / 무엇이 청춘이고 / 그 무엇이 인생이라고 / 따로 말을 하리까 / 우리네 인생도 바람과 구름과 / 다를 바 없는 것을. <이해인>

남자는 마음으로 늙고 여자는 얼굴로 늙는다고 하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꽃 같은 인품의 향기를 지니고 넉넉한 마음으로 살게 하소서 / 늙어가더라도 지난 세월에 너무 애착하지 말고 언제나 청춘의 봄날로 의욕이 솟아 활기가 넘치는 인생을 젊게 살아가게 하소서 / 우러난 욕심 모두 몰아내고 언제나 스스로 평온한 마음 지니며 지난 세월을 모두 즐겁게 안아 자기 인생을 사랑하며 살게 하소서 / 지나간 과거는 모두 아름답게 여기고 앞으로 오는 미래의 시간표마다 아름다운 행복의 꿈을 그려 놓고 매일 동그라미 치며 사는 삶으로 인생의 즐거움이 넘치게 하소서 / 가진 것 주위에 모두 나누어 아낌없이 베푼 너그러운 마음이 기쁨의 웃음으로 남게 하소서 / 여기저기 퍼지는 웃음소리가 영원의 소리가 되게 하소서 / 아침마다 거울을 보면 한 줄씩 그어지는 주름살
나이가 들어 인생의 경륜으로 남을 때 자신이 살아오면서 남긴 징표를 고이 접어 감사한 마음을 안고 나머지 삶도 더 아름다운 마음 지니며 큰 기쁨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 인생이란 결국 혼자서 가는 길 살아온 날들이 너무 많아 더 오랜 경륜이 쌓인 그 무게 노여워도 노여움 없이 무조건 마음으로 모두 나누어주어 아무것도 마음에 지닌 것 없이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사는 게 마음의 부자로 여기며 살게 하소서 / 자연스런 마음으로 다시 돌아가 백조가 너무나도 평온하게 노니는
이 세상에서 가장 푸르고 잔잔한 마음의 호수 하나 가슴에 만들어 놓고 언제나 기도하는 마음에서 우러난 근심 없는 시간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 그게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이게 하소서 <좋은 글 중에서>

요즘들어 새삼스러운 고민 몇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어갈수록 어떻게 하면 노년생활을 더 잘 보낼 수 있을까하는 고민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이 질문에 대해 뾰족한 해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요사이 오랫동안 서로 왕래하며 알고 지내던 지인들 여럿이 먼저 세상을 뜨면서 노년의 삶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집니다.
그 누구는 말했습니다. 노년의 특징 중 하나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안타까운 이별, 사랑하는 것을 하나, 하나 잃어가는 가장 슬픈 시기”라고.
오늘 소개하는 작품은 20여년 전 제작했던 시리즈 작품으로 제목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입니다. 저 하늘을 떠돌아다니는 구름조차 이역만리 이국땅에서 이리저리 흩어져 흘러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살이와 매우 흡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계절에 따라 때가되면 떨어져서 흩어지는 저 낙엽들이 외치는 소리마저도 인생의 고독한 독백으로 들립니다. 우리는 도대체 어디로부터 왔다가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우리는 그저 먼저 왔다가 먼저 떠나가는 사람들을 그저 멀리서 바라보면서 보면서 회한에 젖을 뿐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그저 속수무책이 아닐까요?
인생이라는 사전에 쓰인 각본조차는 단막극에서 어느 한 배역을 맡은 우리는 각본에 없던 예기치 못했던 상황에 맞닥뜨릴 때도 있고, 인생의 깊은 질곡 가운데 넘어져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것 같은 고통을 맛보기도 합니다. 연습은 물론 준비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맡은 배역을 감당하면서 수없이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도 억지웃음을 강요당하는 순간에서도 문득 우리는 과연 내가 잘 살고 있는지 나의 역할은 제대로 감당하고 있는지 자문하게 됩니다.
무거운 관 뚜껑이 덮이고 난후,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한 사람의 인생을 결산할 수 있다고 하지만, 마지막 한순간까지 한평생 지켜온 자신이 맡았던 배역에 대한 자존심과 긍지로, 세상의 값싼 유혹에도 타협하지 않으려는 지조 있는 정신과 자세가 절실히 요구되는 요즈음입니다. 그래도 헷갈리기 쉬운 것이 노년의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재미화가 차대덕>

제목: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규격: 34″X52″
재료: Acrylic on canv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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