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자랑입니다.

인간의 마음 어느 구석엔가는 일탈을 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는가 봅니다. 착실하고 모범적인 삶이 옳다는 것은 아는데 이를 떠나 적어도 한 번쯤은 자유롭게 하지말라는 행동을 하고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러는지 안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는 그랬습니다. 중학교, 아마 지리 수업 때이었습니다.
칠판에 가득 채워진 내용을 쓰는 시간이었는데 선생님께서는 뒷짐을 지시고 분단 사이를 앞뒤로 일정한 보폭으로 왕복을 하고 계셨습니다. 그 왕복이 일정하여 마침 내 옆을 지나치시며 바로 앞으로 가시자마자 내가 두 손을 머리 위로 흔들며 벌떡 일어나는데 선생님께서 열병식 때 하는 ‘뒤로 돌아’자세를 바로 하셔서 얼굴과 얼굴이 코 앞에서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필기로 적막했던 교실은 웃음으로 가득찼고 선생님은 발로 내 다리 정강이를 몇 번 차시는 것으로 벌을 마쳤습니다. 비교적 통지표에 모범적이라는 평가를 내내 받았던 저였지만 가벼운 벌로 마친 일탈은 재미와 친구들에게는 소영웅적인 행동으로 기억되었습니다. 만약 심한 벌로 고통을 받았었더라면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 되었을 뻔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못난 모습이나 잘못된 모습을 자랑스럽게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는 어머니나 아내가 요리를 하는데 자신은 요리를 못한다고 자랑(?)삼아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되는데 드러냅니다. 이런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네, 자랑입니다.’전기밥솥의 사용법을 전혀 모른다는 남자분들도 있은데 마찬가지로 ‘네, 자랑입니다.’라고 말해 드리고 싶습니다. 결혼을 허락해달라고 부탁드렸는데 희망이 없는 인간이라며 거절한 장인을 26년 동안 보지도 않았다고 마이크를 잡고 대중에게 목소리를 높이는 분이 있는데 그분에게 해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네, 자랑입니다.’ 아무리 자신보다 나이가 많고 어른이라도 자신에게 예의를 지키지 않거나 옳지 않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엎어버린다는 분들도 봤는데 ‘네, 자랑입니다.’라고 말해 드리고 싶습니다. 방귀란 냄새를 풍겨 맡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쾌한 상태를 갖게 하거나 심지어는 토하게도 할 수 있는데 대놓고 뀌는 사람이 있습니다. 건강상의 이유라면 잠시 자리를 떠나 할 수 있는데 마치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는 식의 자세로 당당히(?)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네, 자랑입니다.’라고 말해 드리고 싶습니다. 이런 분들이 자녀들의 혼사 문제로 사돈될 분들과 처음 만나서도 당당히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적어도 소신(?)은 있는 분이라고 말해드리고 싶지만 자랑스럽고 바람직한 모습은 아닐 것입니다. 자신의 객기를 자랑삼아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들어보면 조마조마한 내용들도 있고 가족들이 많이 고생했겠구나라고 상상되는 내용들도 있습니다.
문제는 자신의 잘못된 모습이나 못난 모습을 자랑삼아 생각하거나 말하는 것은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자랑삼아 말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나는 이런 사람이고, 앞으로도 이렇게 살겠다’라는 신조에 가까운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못남과 잘못됨을 부끄럽게 생각한다면 물론 고치려고 노력할 것이고 이로 인한 크고 작은 고통이나 피해는 줄어들 것입니다.
저도 짧지 않은 삶에서 마음이 상하여 오랜 기간 동안 대면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보지 않은 사람들이 두, 셋 있어서 가끔 ‘나는 한 번 보지 않겠다고 결심하면 평생 보지 않는다.’고 결기찬 선언을 하곤 했는데 스스에게 말합니다. ‘그래, 자랑이다!’

강원웅, 전 휴스턴한인학교장 (wonysemai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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