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서류 보여달라”
텍사스주의회, 반이민법 ‘SB4’ 통과시켜

몇년전 가족과 함께 텍사스 남부 휴양도시인 사우스파드레아일랜드로 여름방학 여행을 떠났던 A씨는 아직도 당시의 악몽을 기억하고 있다. 며칠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휴스턴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A가족은 예기치 못한 국경검문소를 만났다. 앞서가던 차들이 잠시 섰다가 떠나는 것을 본 A씨는 별 문제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국경검문소 요원들은 운전자들에게 “시민권자인가?”라고 묻고 있었다. 요원들은 “예”라고 대답한 백인과 흑인은 무사통과시켰지만, 아시안 등 유색인종에게는 신분증을 요구했다. 요원들은 운전면허증이 아닌 영주권카드 또는 비자 등 이민서류를 요구했다. 내려가는 길에는 국경검문소가 없었고, 돌아오는 길에도 국경검문소가 있다는 정보 없이 여행을 떠났던 A씨는 다행이 합법적인 신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시민권인가?”라는 요원의 질문에 “아니오”라고 대답하자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차를 옮기라고 명령했다. 아직 영주권카드는 받지 못했고, 비자서류는 지참하지 않았던 A씨 가족은 분위기 험악해 보이는 사무실로 불려 들어갔다. 사무실에 들어가자 히스패닉 청년 2명이 손에 수갑이 채워진 채로 의자에 앉아있었다. 사무실에서 만난 요원은 A씨 가족이 합법적인 체류자인지 조사하기 시작했고, 몇년전에 살던 주소지까지 대라고 다그쳤다. 몇차례 이사했던 몇년전 주소지를 외우고 있을 리 만무한 A씨는 기억력 테스트를 받으며 비슷한 주소를 불러주며 신원을 확인시켜 나갔다.
신분이 확인됐는지 사무실 요원은 가도 좋다고 허락했다.
잔뜩 긴장해서 인지 후들거리는 다리로 사무실을 나섰던 A씨는 트럼프 대통령이 반이민 행정명령을 내렸다거나 텍사스 주의회가 반이민법을 제정하려고 시도한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당시의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언제 어느 순간 또 다시 “이민서류 보여달라”는 요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민)서류 보여 달라”
텍사스에 살고 있는 A씨는 앞으로 또 다시 이민서류를 보여 달라는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는 국경검문소 요원이 아닌 휴스턴 경찰로부터 “(이민)서류 보여 달라”는 요구를 받아야 한다.
텍사스 주의회가 지난 3일(수) 이민자사회가 반이민법이라고 항의해 온 ‘Senate Bill 4’(SB4)를 통과시켰다. 지역경찰이 이민자의 신분을 확인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소위 ‘성시’(sanctuary cities) 정책을 무력화 시키는 SB4이 지난 3일(수) 하원을 통과해 이번 주 그랙 에보트 텍사스주지사의 책상에 오른다. 성시정책을 무력화 시키는 것을 자신의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텍사스주지사에 당선된 에보트 주지사는 SB4에 서명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앞으로 텍사스에서는 지역 경찰이 SB4에 따라 교통신호 등으로 적발된 주민에게 이민서류를 요구해야 한다.
지난주 찬성 94표, 반대 53표로 하원을 통과한 SB4는 경찰이 교통신호 위반 등 ‘합리적인 의심’(reasonable suspicion)으로 운전자나 주민을 검문할 때 반드시 이민신분(immigration status)을 묻도록 하고 있다.
SB4는 애리조나 이민자사회를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던 반이민법안과는 다르다. 애리조나 반이민법은 지역 경찰도 이민법을 집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SB4는 속도위반이나 교통신호 위반 등으로 경찰이 차량을 멈춰 세웠을 때 운전자에게 체류신분을 묻도록 하고 있다. 만약 경찰이 검문대상자가 불법체류자라고 의심되면 이민국에 조회하고 이민국 직원이 올 때까지 붙잡아 둘 수 있다. 또한 경찰이 체류신분 만으로 체포할 수 없을 경우에는 지금보다 더 빨리 이민국에 체류신분을 조회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면 시민권자는?”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도 경찰에 체포될 수 있다. 자신이 미국 시민권자라는 신분증이나 서류를 지참하지 않은 채 경찰에 적발됐을 때 경찰은 시민권자도 체포해 구금할 수 있다. 시민권자가 자신은 경찰과 이민국 직원에게 “나는 시민권자다”라고 말해도 증빙서류가 없으며 경찰은 체포해 구금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지역 경찰은 자칫 시민을 체포해 민·형사소송을 당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SB4는 체류신분을 묻지 않은 경찰에게 첫 적발 시 1,000달러의 벌금이 부과하도록 하고 있고, 이후에 또 다시 적발됐을 때는 2만5000달러까지 벌금을 내야한다. 더욱이 경찰국장이나 셰리프, 혹은 컨스터블은 A급(Class A) 경범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소수인종 주요 타깃 될까?
SB4가 텍사스주의회를 통과했고, 텍사스주지사도 이 법안에 서명할 것이 분명한 만큼 SB4는 어떤 식으로든 집행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칫 민·형사소송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 경찰은 백인이나 흑인을 상대로 ‘감히’(?) 체류신분을 묻고 서류가 없을 경우 구금하지는 않을 것이다. 반면에 아시안이나 히스패닉 등 소수 유색인종은 경찰로부터 “이민서류 보여달라”는 요구를 빈번하게 받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시민권이든 영주권이든 또는 비자서류든 지참하고 다니지 않다고 경찰에 적발될 경우 구금까지 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해리스카운티셰리프는 SB4에 대해 소송까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이 어떻게 전재될지 알 수 없고, 승소 가능성이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SB4는 장시간 실행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휴스턴 한인동포사회도 SB4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민서류를 지참하도록 홍보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걱정스러운 것은 경찰 중에 백인우월주의나 인종차별주의 성향이 있는 경찰도 있을 수 있다는 가정이다. 이들 성향의 경찰에게 잘못 걸리면 사태가 더 위중해 질 수도 있기 때문에 휴스턴 한인동포사회는 하루속히 SB4에 대한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

양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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