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상칼럼 ]
낳으실 제 길으실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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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우리의 가정이 크게 변해가고 있다. 가족의 규모가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급속히 축소되어 가고, 인간의 생명이 과학기술의 혜택으로 생명연장이 높아가게 됨에 따라서 가정의 구성원도 그동안 전통사회가 유지되었던 형태의 파괴를 초래하고 말았다. 크게 보면 가정이란 굴레가 가부장적인 형태에서 개별적인 성향으로 변모해가고 있음을 쉽게 알 수가 있다.


가정이 단순히 생산기능에 집중하기 보다는 경제적 기능에 크게 의존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자녀의 양육과 교육에만 치중하던 예전에 비해 아예 경제기반에 기인하여 축소지향적인 핵가족 제도가 정착되므로 가족성원의 인본적인 생각이 점차 축소되는 성향이 늘어감에 따라 사회가 급격한 문제점에 봉착하게 되었다.
이민사회 역시 이러한 변화와 변모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족의 구성원을 중시하기보다 오히려 경제적 우위에 편승하여 상호의존적인 형태로 변질되어가는 것은 결국 가정의 붕괴라는 위험성을 다분히 내포하고 있다.
가족이란 인간의 삶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 같은 존재이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어려울수록 가정의 소중함을 느끼기보다 경제적 어려움을 탈피하려는 우산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캥거루족이란 말이 사회에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한국과 마찬가지로 어버이날이 다가오면 이곳 이민사회 역시 같은 분위기가 매년 똑같이 연출된다. 그저 한 끼의 식사를 함께하거나 몇 푼의 용돈으로 자식의 도리를 대신하려는 풍토가 언제부터인가 만들어졌다.
한 예로 현재 휴스턴 한인노인회관의 경우 거의 백 명 가까운 분들이 일주일 내내 다녀가시지만 매년 어버이 날 유독 홀로이신 분들이 많다는 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오히려 친자식이 아닌 지역 유지나 지도자급 인사들의 방문이 오히려 많은 점이 독특하다.
그 많은 노인회관 회원들의 친자녀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
가족의 사회적 기능은 날이 갈수록 점점 약화 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생산능력이 없는 노년층에 대한 배려를 꺼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불황이란 늘 예년과 비교하면 높아만 간다. 이러한 것이 가족윤리에 큰 영향을 준다면 이 땅의 가족과 가정은 존재의 의미도 없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우리의 전통적 가족문화를 되돌아보자. 과거 농경사회에서 가족은 농업생산을 위한 노동단위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농업생산 기능이 중심이었다. 그러므로 농업생산을 위한 역할분담과 그에 따른 권력관계가 매우 엄격하게 지켜져 왔다.
그러나 현대의 가정은 소비기능 일변도로 바뀌었고 이에 따라 가족 간의 역학관계도 변화가 생겼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도 느슨해졌으며 의식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가정의 변화 과정에서 부모 자식 간의 관계도 달라진다. 자식은 과거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행동을 이제는 부모에게 예사롭게 한다. 이것은 빈번하게 부모와 자식 간에 갈등을 야기한다. 부모는 자녀에 대하여, 자녀는 부모에 대하여 불만투성이다.
이런 가정의 변화 속에서 노인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된다. 한 가정의 중심이었던 노인이 어느새 힘을 잃고 가정 밖으로 밀려나는가 하면, 부모와 동거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결혼을 허락하는 것이 요즘 대세이다. 자기들만의 행복만 추구하는 사회는 극히 개인주의적, 이기적인 상황을 만들게 된다.
아쉬울 때는 부모의 도움을 기대하면서도 정작 부모가 자식에게 도움을 요청하려면 쉽지가 않다. 혹시 부모를 귀찮은 존재로 여기는 것은 아닐까. 가끔 매스컴을 통해 접하는 거동도 못하는 노부모를 길가에 버린다든지 양로시설에 보내려 하는 것이 일반적인 풍조로 인정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인간은 원래 역사적 존재이다. 자기 자신이 오늘날 존재하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조상 이 있었고, 또 자기 자신을 기점으로 하여 앞으로 수많은 자손이 있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 자신이 부모나 노년층을 무시하거나 소외했다면 그다지 멀지 않은 시기에 자신 또한 자식에게 소외당할 것이다. 자기 자신이 자식들에게 그런 모범을 보였고, 그런 습관을 만들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인과응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더라도 부모는 부모고 자식은 자식이어야 한다. 이것은 인류불변의 법칙이다. 어버이는 항상 존재자체가 존경받아야 할 인격체이므로 어버이답게 행동해야 하고, 이름에 걸맞게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
이 모든 관계의 기초를 유지하는 것이 건전한 사회와 건강한 가족을 만드는 일이다. 부모와 자식은 ‘효’만이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다.
공자는 “효는 도덕의 근본이며 교육의 첫 출발”이라고 도덕경에서 말했다.
이것은 자식이 부모를 위한다는 본심에서 출발하는 순수하고 진정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마음이라야 모든 일이 이루어 질 수 있다. 개인과 가정, 그리고 사회와 국가가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효심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효심이란 순수하고 진실한 마음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무엇을 하든지, 누구를 만나든지 효가 바탕이 되면 성공하고 복을 받을 것이다. 효심은 나보다 남을 위하는 마음이며 끝없는 인내 와 희생을 요구하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오는 어버이 날 복잡한 일은 잠시 뒤로하고 부모님과 많은 시간을 나누길 기대한다. 혹여 곁에 계시지 않는다면 이웃에 계신 분들이나 노인회관을 찾아 따스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용기를 가져보자. 이것이야 말로 우리가 찾고자 하는 진정한 유토피아가 아닐까.

휴스턴 이민문화연구소 최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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