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문제가 아닐 수도

연세가 많으신 분께서 자조적인 포기를 지나가듯이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곳 미국에서 3,40년을 살아도 여전히 이민자로 남게 되고 특히 언어 때문에 마음껏 가슴을 펴고 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겪으신 경험을 들려주셨습니다. 교통 사고이었는데 사고의 책임을 지시고 본인의 보험으로 모두 처리하셨다고 하였습니다. 사고는 사거리와 그곳 모퉁이에 있는 주유소에서 일어났습니다. 이분께서 사거리 교차지점을 지나자마자 주유소로 진입하고 있었는데 옆길에서 같은 방향으로 우회전하며 뒤따르던 차가 이분의 차가 계속 주행할 것으로 짐작하고 멈추지 않고 돌다가 이분의 차 뒤를 접촉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차의 운전자가 현직 경찰이었고 근무 외 시간이어서 개인차를 운전하다가 사고가 생기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 경찰은 사고 조서를 쓰는 다른 경찰에게 이분이 주유소로 들어가면서 우회전 신호등을 켜지 않아서 사고의 원인을 제공하였다고 보고하면서 본인은 어쩔 수 없었다고 책임을 이분에게로 돌렸습니다. 그래서 사고는 이분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 되고 모든 배상을 떠맡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분에게 이것은 영어의 문제가 아니고 본인 의지의 문제라고 말씀해 드렸습니다. 그리고 이분의 잘못은 교통 법규를 지키지 않은 것이고 사고는 부주의한 그 경찰의 잘못이므로 보험회사에 다시 연락을 하셔서 따지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3,40년을 사셨으면 내용이 간단한 이런 교통사고는 충분히 설명하실 수 있으시며 따지실 수 있다고 격려해 드렸습니다. 일주일 후 밝은 모습으로 저에게 오셔서 말씀 드린데로 보험회사에 따지셔서 사고 책임을 면하셨다고 보고(?)해 주셨습니다. 억울하실 뻔 했습니다.
미국에 오신지 몇 해 안되신 분이신데 신호는 좌회전을 켜고 오른쪽 차선으로 변경하다 뒤에서 오는 차와 충돌을 하였습니다. 경찰이 와서 사고 내용을 들어보더니 이분의 잘못으로 해결하려고 하였습니다. 사고 상대는 백인 남성으로 자신은 억울하며 사고는 신호를 잘못 준 이분의 잘못이라고 경찰과 마음껏 영어로 대화를 주고 받았습니다. 이분은 그 백인 남성처럼 영어로 마음껏 대화를 할 수는 없었지만 명확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였습니다. 자신이 좌회전 신호등을 켜고 오른쪽 차선으로 진입한 것은 잘못이지만 사고를 낸 것은 뒤에 있는 차가 앞차의 동선을 파악하지 않고 부주의운전한 것이 잘못이므로 교통 티켓은 자신이 물겠지만 사고의 책임은 상대에게 있다고 경찰에게 결연한 자세로 설명하였습니다. 경찰도 혼돈이 되었는지 자신은 결정을 내려줄 수 없으니 서로 타협하라고 하면서 자리를 떠났습니다. 결국 각자 자신의 차를 고치기로 하고 헤어졌습니다.
이곳 미국에 거주하면서 언어가 자유롭지 않은 사람들은 언어 때문에 많은 불이익을 받는다고 쉽게 생각하고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살아가는 모습은 언어 능력에 의해 좌우되기도 하지만 성격과 의지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저는 드믈게 다른 사람들과 외식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온 음식에 대해 불만이 있어서 되돌리는 경우를 보면 언어 능력보다는 성격에서 오는 모습임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스테이크를 주문할 때 이런 모습은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만족스럽게 요리가 되지 않은 스테이크를 보고 음식을 되돌리면서 다시 요리할 것을 주문할 경우 영어가 자유롭지 않아도 자신이 바라는 음식을 꼭 먹어야겠다는 사람은 아주 짧은 영어지만 손짓발짓과 함께 불만을 설명하고 다시 음식을 해 올 것을 주문하지만 이런 다짐이 약한 사람은 영어로 제대로 불만을 표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쉽게 불만 표시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자신의 언어 능력의 부족으로 그리고 이민자에 대한 불평등으로 돌립니다. 사실은 자신의 의지와 성격 때문인데.

강원웅, 전 휴스턴한인학교장 (wonysemai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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